Black Water, White Fire

검은 물, 하얀 불
2022. 11. 15. - 11. 18.
Exhibition for Doctoral Dissertation

Ewha Art Center
(52, Ewhayeodae-gil, Seodaemun-gu, Seoul, Republic of Korea)
photo | Ian Yang
박사학위 청구전

이화아트센터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사진 | 양이언


반복은 계절이 돌아오고, 사라졌던 별자리가 나타나는 자연의 질서이다. 자연은 반복하는 가운데에 순환한다. 들불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싹이 돋고, 작은 물방울이 비가 되어 바다에 이르듯, 순환 속에서 무한하다. 나에게 ‘반복의 풍경’은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장(場)이다. 풍경을 바라보고 그림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탐구하고 존재를 확인한다. 나아가 그림이 된 풍경을 다시 바라보고 침잠하며, 현실 너머 초월의 세계를 상상한다.
나는 순환하는 세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불과 물에 주목한다. 타오르는 불꽃과 흐르는 바다를 보며 자연의 순환을 떠올린다. 두 원소는 오랫동안 만물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과거와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내러티브이자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이다. 이를 나타내듯 다양한 예술 작품에 신화적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곤 한다.
반복의 풍경에서 불과 물은 서로 대립과 조화를 이루며 세계의 반복과 순환을 암시한다. 바다와 오름, 대자연과 일상, 지상과 하늘, 그리고 풍경 속 빛과 그림자, 불과 물이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대척이기보다는, 서로 중첩되며 조화를 이룬다. 밝음과 어두움,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초월의 풍경이다.
풍경에는 검은 물이 흐르고 하얀 불이 피어난다. 풍경의 검은색은 세계의 한 단면을 포착하고 드러낸다. 그것은 풍경의 색채이자 풍경을 표현하기 위한 색이다. 검은색은 소묘와 흑백사진처럼 다양한 매체의 표현을 연상시키며, 회화적 재현의 의미를 배가한다. 또한, 검은색은 특유의 모호함과 풍부한 의미로 풍경에 다층적 의미를 형성한다. 과거의 사건을 암시하는 동시에 풍경 위로 더욱 오랜 과거와 신화를 중첩함으로써 초월적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강유정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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