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al Present

이터널 프레젠트_영원한 현재
2023. 6. 7. - 6. 30.
Objecthood
(135, Jwasuyeong-ro, Suye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preface | Kang Youjeong, Shin Gayoung
photo | Objecthood
오브제후드
(부산시 수영구 좌수영로 135)
서문 | 강유정, 신가영
사진 |  오브제후드


지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산책을 하듯 천천히 걷는다.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며 내는 스산한 바람 소리도,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추는 모습도, 일렁이는 물결에 비친 반짝이는 윤슬도 지친 심신에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우리가 오늘 바라본 풍경은 어제와 같을까? 자연은 매일 미묘한 변화를 겪으며 소리 없이 계절과 생명의 순환을 반복한다. 그 속에서 순간이 영원처럼 각인되는 장면들이 있다. 낮에는 뜨거 운 태양아래 빛을 머금고 반짝이던 윤슬이 밤이 되어 도시의 불빛을 머금고 형형색색의 윤슬이 되었을 때,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발그레한 꽃봉오리를 만났을 때 과거에서 바라본 기억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이 일렁이는 경험을 한 우리는 그 순간이 영원한 현재이기를 바란다.
강유정 작가는 검은 유채로 소묘하듯 풍경을 그린다. 산과 바다, 물과 불, 빛과 그림자와 같이 대조적이지만 필연적으로 닮아있는 소재를 통해 형상의 닮음과 다름을 발견한다. 작가는 풍경을 통해 세계를 사유하고 보이 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시사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작품 속 검은 유채는 직접 유화 물감을 조색하여 만들었고 마치 연필을 다루듯 얇고 정교한 붓놀림으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반면 흰 부분의 면은 채색하지 않은 캔버스의 면 그대로를 드러내어 명암 대비를 극대화시킬 뿐 아니라 빈 공간 혹은 불투명한 공간 으로 비추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두텁게 올려야한다는 유화가 가진 통념적 물성을 깨고 ‘검은 유채’ 와 ‘하얀 덩어리’ 라는 작가만의 개성적 표현 기법을 확립하고 소묘하듯 가는 선으로 묘사하는 유채 기법을 통해 재현된 이미지의 풍경이 아닌 숨겨진 이면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는 6월 7일부터 6월 30일까지 오브제후드에서 선보이는 <Eternal Present>는 강유정 개인전으로 작가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바라보고 그린 세계를 공유한다. 산책길 바라본 풍경의 미묘한 변화를, 사건이 자리 했던 장소 속 기억과 역사의 반복을, 거대한 바다를 통해 자연의 무한한 순환을 발견하게 한다. 작가는 눈앞 에서 마주한 자연 정경에서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느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중첩되는 불특정하고 무한한 자연의 시간을 <Eternal Present> 즉, 영원한 현재로 명명한다. 작품 속 풍경은 일상 속 쉽게 접할 수 있는 주 위 장소에서부터 어딘가의 바다에 이른다. 언제,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은 시간의 반복과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에 대한 은유이자,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풍경의 원형(archetype)이다. 작가가 그려 낸 시공간의 구분이 사라진 풍경을 감상하며 각자의 마음 속 풍경을 상상해보고 영원한 현재를 그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강유정 & 큐레이터 신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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